21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
22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여 이르되 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
23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탄아 내 뒤로 물러 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24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25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26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27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 때에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리라
28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인자가 그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16장 21-28절)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가정마다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문득 명절, ‘민족대이동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연한 일이라 여겼던 남자들의 벌초와 장거리운행, 여성들의 음식마련, 아이들과 어른들의 불편한 만남 등 동상이몽(同床異夢)처럼 각자 다른 생각들로 가득한 모임 속에서 점점 개인적이고, 소규모 가정모임, 혹은 여행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가 무엇일까? 오늘 본문은 십자가로 향하라(!)고 말합니다.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이기(利己)와 유혹들을 물리치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죽음을 위해서입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모든 이들을 살릴 수 있다는 진리를 실현하고자 함입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기독교의 모든 문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해결됩니다.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유일한 방법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인류의 불행과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십자가(!) 그래서 종교개혁자 마틴루터는 십자가를 통한 ‘즐거운 교환’을 외쳤던 겁니다. 십자가로 ‘인간의 죄’가 ‘하나님의 의’로 교환된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21). 수제자였던 베드로가 항변하여 만류합니다(22). 이에 예수님은 불같이 화내시면서 베드로(?)를 질타하십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23).”물론 사단을 향한 질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가 사단이 뿌린 생각을 하려던 순간이었습니다. 자기중심적, 이기적인 생각 말입니다. 그때, 예수님의 외침이 베드로를 정신차리게 한 겁니다.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부정적이고, 악한 생각이 우리 삶을 이끌면 문제가 됩니다. 예컨대 가룟 유다의 마음이 사단의 생각에 사로잡혀 예수님을 팔아 버렸습니다. 심지어 자결(自決)까지 갔습니다. 다윗의 마음이 그의 일생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게 했습니다. 성폭행을 넘어 살인까지였습니다. 반대로 요셉은 생각을 물리쳐 정결하고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우뚝 섰습니다. 오늘 주인공, 베드로도 최고의 사도로 변화됩니다. 윌리엄 바클레이 목사님은 “내 뒤로 물러가라!”라는 말씀을 “다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가 되라!”라고 해석했습니다. 잠시 잠깐 사단의 생각에 머물렀고, 말할 수 있지만, 돌이켜 주님을 따르는 자, 주의 뜻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자가 되라(!)는 주님의 명령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24).”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기로 작정한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처럼 죽고, 예수님처럼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내가 죽는 희생과 섬김, 사랑의 나눔으로 내가 있는 곳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은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욕심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정을 위해 묵묵히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우리네 부모님의 헌신으로 지금, 여기에 내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구원의 방법입니다. 구원이란 없어질 목숨을 잃고, 없어지지 않을 목숨을 얻는 겁니다. 자신을 죽이고, 오직 하나님의 뜻과 나라를 생각하며 사는 삶, 예수 믿는 사람은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닮아 희생과 사랑이 담긴 이타적인 삶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을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로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