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2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서 시들며 그림자 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3 이와 같은 자를 주께서 눈여겨 보시나이까 나를 주 앞으로 이끌어서 재판하시나이까
4 누가 깨끗한 것을 더러운 것 가운데에서 낼 수 있으리이까 하나도 없나이다
5 그의 날을 정하셨고 그의 달 수도 주께 있으므로 그의 규례를 정하여 넘어가지 못하게 하셨사온즉
6 그에게서 눈을 돌이켜 그가 품꾼 같이 그의 날을 마칠 때까지 그를 홀로 있게 하옵소서 (욥기 14편 1-6절)
요양원 할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뭘까요? 1위로 나온 대답은“집에 갈 거야”라는 말입니다. 집이 좋아서(?)라기보다, 아이들, 남편, 밥해줘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평생 때맞춰 밥을 해주셨던 우리네 어머니들, 치매로 요양원에 계셔도 가족들 걱정입니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세익스피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바탕으로‘품꾼’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말씀을 풀어 보고자 합니다. 인생은 하나님이 정하신 날 가운데 품꾼처럼 사는 존재입니다(6). 날이 저물면 삯을 받기 바라는, 한날의 수고와 고난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詩)가 있습니다. 반복구절을 빼고 요약하면,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발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아버지가 화내며,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 헌신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녀들이 가정을 이루고, 세상 풍파에 살다보면, 뒤늦게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부모님은 연로(年老)하시고, 때로는 이 땅에 계시지 않아 후회하며 안타까워합니다. 누가복음 15장(돌아온 탕자의 비유)에서 둘째 아들이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산을 탕진(蕩盡)하고 후회하며 생각합니다. “내 아버지에게는 양식이 풍족한 품꾼이 얼마나 많은가 … 나를 품꾼의 하나로 보소서(눅 15:17,19).”아들, 자격도 없다는 아들을 품고, 기뻐하며 아버지는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24).”라고 말하는 아버지,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큰아들을 위로하고 설득해야 할 책임도 아버지의 몫이었습니다.
마태복음 20장(포도원 품꾼들)에서는 선한 주인의 배려와 은혜를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 주인과 같으니 그가 하루 한 데나리온씩 품꾼들과 약속하여 포도원에 들여보내고 또 제 삼시에, 제육시와 제구시에 … 제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거늘,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더니, 받은 후 집주인을 원망하여…”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본문은 7장에서 엘리바스의 말에 대한 대답으로 이미 사용했던 표현입니다. “이 땅에 사는 인생에게 힘든 노동이 있지 아니하겠느냐 그의 날이 품꾼의 날과 같지 아니하겠느냐(1).”고된 노동이 끝나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며, 편히 쉴 저녁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품꾼들입니다. 그런데 이 기대가 품꾼들뿐입니까? 인생의 연약함과 덧없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같이 짧음을 욥은 한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께서 사랑을 베푸시고자 바라보는 눈길조차 나의 허물을 찾으려는 재판관의 눈초리(?)라고 생각하게 하는 자격지심(自激之心), 불안과 두려움 등이 우리를 얽어맵니다. 본디 죄인이요, 부족한 인생이지만, 우리에게는 소망이 있으니,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정죄함 없고, 생명과 해방, 자유가 있는 줄 믿습니다(롬 8장). 그것을 욥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날이 있으며, 그날은 구원의 날이니, 고통의 현실에서 눈을 돌이켜 소망과 기대 가운데 살라(!)고 명령하는 줄 믿습니다. 아버지의 사랑, 곧 남다른 노력들과 은혜 베푸심에 감사, 그 은혜를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 않는 우리이길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