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길르앗 사람이 에브라임 사람보다 앞서 요단 강 나루턱을 장악하고 에브라임 사람의 도망하는 자가 말하기를 청하건대 나를 건너가게 하라 하면 길르앗 사람이 그에게 묻기를 네가 에브라임 사람이냐 하여 그가 만일 아니라 하면
6 그에게 이르기를 쉽볼렛이라 발음하라 하여 에브라임 사람이 그렇게 바로 말하지 못하고 십볼렛이라 발음하면 길르앗 사람이 곧 그를 잡아서 요단 강 나루턱에서 죽였더라 그 때에 에브라임 사람의 죽은 자가 사만 이천 명이었더라 (사사기 12장 5-6절)
11월 첫째 주,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2023년입니다. 숙제처럼 안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꼭 전하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100년 전, 1923년 일본에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관동대지진 or 간토대진재’라고 말합니다. ‘진재(震災)’라는 말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이후에 발생한 재난이기 때문이며, ‘간토’라는 말은 ‘일본의 동쪽(關東)’이라는 말로 동경과 지바, 요코하마, 사이타마, 군마 등을 포괄하는 지역입니다. 문제는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7분, 마침 점심때여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불을 피우는 와중에 지진으로 목재가옥이 무너지고, 강풍으로 인한 화재 등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너무 큰 난리통에 정치지도자들은 이 난국을 극복할 희생양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를 “조선인이 떼로 다니며,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타서 사람들을 죽이며, 강도짓을 한다(?)”라고 조작, 소문을 냈습니다. 조선인을 공공의 적(敵)으로 만들고, 그들을 향한 학살을 정당화합니다. 이 사건으로 확인된 사상자만도 약 6,700명 이상, 1923년 독립신문 기사에 의하면 2만 3천 명 이상이 학살당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12월 5일자 신문).
조선인을 학살하는 과정 중에 사람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쥬고엔 고짓센(十五円 五十錢) 해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발음을 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죽입니다. 본문에서‘쉽볼렛’이라는 발음을 하지 못하고‘십볼렛’이라고 했던 에브라임 사람들의 죽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날, 경상도 사람들에게 ‘쌀’이라고 발음하라고 강요하고, 혹시 ‘살’이라고 말하면 죽인다(?)는 건데요. 이런 끔찍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했다(!)는 겁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 조선인만이 아니라 중국인들, 심지어는 일본인이었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을 보면, 그들의 광기(狂氣)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치 저 미치광이 로마의 황제, 네로가 대화재의 원인을 기독교인들에게 돌렸던 역사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본문 말씀은 사사시대, 곧 이스라엘이 아직 국가적 형태를 완전히 갖추지 못했던 상황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부족 연맹체로 지내던 상황에서 여호수아 장군을 배출했던 에브라임 지파는 형제 지파였던 므낫세 지파와 약간의 갈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므낫세 지파 출신의 사사, 기드온과의 악연(惡緣, 삿 8장)도 없지 않았지만, 기드온과 입다는 그 성향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에브라임은 입다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어찌하여 우리를 불러 너와 함께 가게 하지 아니하였느냐 우리가 반드시 너와 네 집을 불사르리라(1b).”라고 도발합니다. 이에 입다는“무슨 말하는거냐?”라며 화를 주체하지 못합니다. “길르앗 사람들을 다 모으고 에브라임과 싸웠으며 길르앗 사람들이 에브라임을 쳐서 무찔렀더라(4a)”결국 입다는 싸웠고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입다의 폭주는 끝나지 않습니다. 폭력의 흐름이라는 것이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곧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더 지나칩니다. 믿음의 사람은 이 상황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성경은 어김없이 ‘선택의 기로(岐路)’를 이야기합니다. 아브라함과 롯의 선택은 하나님과 세상(애굽)의 선택이었습니다. 롯은 애굽 땅 같은 소돔과 고모라를 선택합니다. 반면,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선택했습니다. 입다는 창녀의 아들로서 그 출신이 미천했고 자라왔던 환경도 그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사람들이 입다와 함께했다고 봅니다(삿 11:3).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더라(삼상 22:2).”마치 다윗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달랐습니다. 하나님과 그의 뜻을 선택한 다윗은 성군(聖君)으로, 혹은 기드온은 역사의 위대한 인물로 기록된 반면, 오늘 입다는 안타까운 인물로 기록에 남습니다. 위 사건과 의미는 두 나라, 곧 일본과 독일의 역사 인식에서도 극명하게 비교된다고 믿습니다. 갈림길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어디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