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39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40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10장 38-42절)
누가복음의 저자, ‘누가’는 복음서와 더불어 ‘사도행전’을 기록한 사람입니다. 본문 말씀은 바로 앞에 언급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25-37)』과 함께 누가의 단독 보도입니다. 누가만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누가는 다른 누구보다 ‘말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시작은 부활 예수의 마지막 사역과 연결됩니다. 다시 말해서 누가복음 24장과 이어지는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심으로 믿음과 열정을 회복하십니다. “25. 미련하고 선지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27.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 32b.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44.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뤄져야 하리라(눅 24장).”그렇게 사도행전 1장 3절 말씀은 “친히 살아계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그렇다면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말씀 전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도행전의 마지막도 그렇게 마무리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행 28:31).”그런데 그 앞에 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사도 바울의 마지막 사역을 설명합니다. “바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론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고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말을 가지고 예수에 대하여 권하더라(행 28:23).”
이렇게 중요한 문제, 곧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말씀 사역에 있어서 당시 교회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가난하고 어려웠던 이들이 많이 기독교로 개종, 교회가 부흥하다보니 섬김과 사랑 나눔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까닭에 누가는 교회에 나름의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의 말씀이 사도행전 6장, 일곱집사를 택하는 일과 연결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교회가 부흥했고 저마다 자신의 소유를 고집하지 않으며 기꺼이 나누고 함께 했습니다. 문제는 헬라파와 히브리파의 섬김이 나름, 불공평해 보였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본문의 마르다의 불평, 마리아와의 갈등과 다르지 않았던 겁니다. 이에 사도들이 불러 놓고 선포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놓고 접대를 일삼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면, 우리는 이 일을 그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행 6:2-4).”
주님의 피값으로 세우신 교회입니다. 공동체가 균형을 맞춰서 주님의 뜻을 이루고 세우는 일에 합력하여 선을 이뤄야 하는데, 본질을 잃어버리고 비본질적인 것에 주목하게 되면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에 본문은 말합니다.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 좋은 편을 택하라(42).”여기에 예수님께서 덧붙입니다.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 것에 대해서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지 말라(41).”라고 말입니다. 선한 의도로, 혹은 잘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원망과 불평, 분열을 양산(量産)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은 선한 의도와 더불어 그 과정도, 그 결과도 하나님의 뜻에 맞아야 합니다. 스피드가 생명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달릴 수 있는 속도가 다르고 환경과 여건이 다릅니다. 나름대로 법과 질서를 준행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내 기준에 맞춰 불평, 조롱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십시다. 아울러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고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또한 행하면서 그 순서를 바뀔 수도 있습니다. 내 기준이 정답은 아닙니다. 여기에 근심과 걱정, 염려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주님께 모두 맡기십시다. 그리고 내 뜻과 내 생각이 아닌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과 방법,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십시다. 무엇보다 먼저가 주님의 말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