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5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 (요한복음 1장 1-5절)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성경으로 알려진 존 로스의『예수셩교전서』에서 본문 1절 말씀을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처음에 도(道)가 이사되 도가 하나님과 함께하니 도는 곳 하나님이라.” 요한복음의 기록 목적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임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바른 이해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로 보았던 것이지요. 새로운 세상이란 다름 아닙니다. 어둠이었다면 밝은 빛이 있는 세상이요, 절망과 좌절이 가득했던 세상이라면 소망으로 나아가는 세상입니다. 묶였던 것들 속에서 자유와 치유, 해방을 향한 몸부림이 있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초대교회 당시의 문학적 표현으로써 ‘로고스’는 당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었고, 그런 세상을 여는 열쇠였던 겁니다. 곧 ‘말씀’으로서 예수, 빛으로서 예수, 성육신(成肉身)하신 예수를 통해 그런 세상을 꿈꿀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겁니다.
말씀이 육신이 된 예수님은 무한(無限)하신 하나님이 유한(有限) 속으로 인간이 된 사건입니다. 영원이 시간으로 임하였고, 빛이 어둠속에 나타난 겁니다. 그래서 어둠은 그 빛을 싫어했고, 그 빛을 거부, 거절, 심지어 죽이기까지였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이 가장 믿고 따랐던 제자들조차도 그를 배반했으니, 세상의 그 누구보다 외로움 가운데 죽음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 죽음조차도 부활을 통해 이기시고 생명으로 이끄셨습니다. 이 진리를 우리는 믿고 영접하기만 하면 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가 있습니다(12).”
오늘부터 교회절기로 ‘창조절’입니다. 창조절은 아버지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구원역사로의 복귀(復歸)를 목적으로 삼습니다. 우리의 죄와 교만, 욕심과 이기(利己)로 창조질서가 깨어지고 무너졌음을 인정, 회개하고 생명살림과 돌봄의 역할을 감당하자고 결단하는 시기인 줄 믿습니다. 여기서 저는 백성들의 무지(無知)를 깨워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중세시대를 돌아볼 때, 아니 조선 초기만 하더라도 일부 특권 계급만 읽을 수 있고 소유했던 글을 백성들이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여는 것이 묶임에서의 놓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종교개혁도 그래서 읽을 수 있는 성경으로의 번역을 강조하기도 했으니까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말씀은 그렇게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고, 진리는 거짓된 세상 속에서 힘이 됩니다. 그렇게 우리 가운데 임하신 예수는 말씀이요, 빛이요, 새로운 세상의 열쇠셨습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초 한 대〉라는 시가 있습니다.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오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까지 백옥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라 버린다. 그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일제말기, 수많은 선배들이 변절(變節)하는 세상에서 매는 소망이요, 빛이었고, 꿩은 절망과 어둠이니, 죽으면서까지 촛불이 되신 예수님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애틋함이 가득하다.
예수님은 창조주 하나님이셨다. 모든 것이 예수님을 위해 있고, 예수님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지금도 주님의 뜻대로 세상은 다스려지고 있다. 예수님 안에 생명이 있고, 예수님을 떠난 이들은 죽음이요 멸망이다.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과의 깨어진 모든 것들이 회복될 수 있음을 믿는다. 이러한 까닭에 우리는 예수님이 우리의 소망이요,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유일한 분, 곧 빛이시고 진리 되심을 믿는다. 우리 말씀 앞에 바로 서자!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암송하고 여건이 된다면 필사(筆寫)도 하자!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