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3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5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6 거기에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7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9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10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11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요한복음 2장 1-11절)
영국의 명문 대학, 캠브리지 종교학과에 출제된 문제입니다. Q. 물로 포도주를 만든 기적이 내포하는 종교적&영적 의미를 서술하라. 한 학생이 창밖만 멍하게 바라보는 것이 걱정스러웠던 조교가 뭐라도 쓰라고 재촉합니다. 그제야 이 학생이 답을 씁니다. A.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수줍어 붉어졌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A학점이었습니다. 이 학생이 유명한 ‘조지고든 바이런(1788-1824)’이라는 시인입니다.
본문은 물이 포도주가 된 유명한 일화(逸話)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지역에서 베푸신 첫 번째 표적으로 제자들의 믿음을 진작시켰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사건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11).”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우리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원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에게 손 내미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의 손을 꼭 잡고 나아가 놀라운 기적의 주인공이 되십시다.
특별히 ‘두 세 통 드는 돌 항아리 여섯’에 주목해 보면, ‘ twenty to thirty gallons’이라고 해석되는데, 대략 120리터, 커다란 생수통(19L) 6개나 되는 많은 양입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물이 귀하기로 소문난 땅입니다. 저 멀리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야 하는 수고를 하인들이 감당했습니다. 물론 혼주(婚主)역할을 했던 마리아의 신신당부(申申當付)가 있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5).”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요구였습니다. 게다가 그 물을 연회장에 가져다주라(?)고까지 말합니다.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8).”뺨 맞을 일입니다. 아무리 흠뻑 취했다고 하더라도 물을 포도주로 속여서 내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감당했고 놀라운 역사, ‘최고의 포도주’였노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칭찬을 듣게 됩니다. 술 취해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하나님의 역사였고 주님과 함께한 귀한 일이었습니다. 순종과 헌신에 허락하신 큰 은혜였던 겁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셔서 또 다른 기적을 펼치시길 원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창조를 제외하고는 우리와 함께 일하셨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이었습니다. 1%도 되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과 수고로 100% 놀라운 당신의 일을 행하셨습니다. 여리고성을 정복한 일을 보세요. 매일 한 바퀴씩, 마지막 날 일곱 바퀴를 돌면서 나팔을 불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야말로 미친 짓거리에 여리고성은 무너졌습니다. 그 지역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라구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역사였음은 부인할 수 없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순종이 함께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습니다.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 치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담그는 일을 그저 감당했을 때, 하나님은 그를 치유, 회복시키셨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감리교의 요한 웨슬리는 “신인협력설”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즉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사람의 순종과 헌신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어떤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신다면, 최고의 연주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 겁니다. 예컨대 우르릉 쾅쾅 천둥과 바람과 나무와 돌들이 소리치고, 새들도 동물들도 함께 참여하는 그런 웅장한 그림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돌아보면, 주님께서 혼자 연주하시기는 것이 아닌,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피조물과 함께이잖아요. 그렇게 우리에게 함께하자고 손 내미시는 분이 우리가 믿고 있는 하나님이십니다. 저는 우리교회가 아름다운 공동체로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예배하고, 함께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까지 손 내미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믿음과 순종으로 협력하십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일하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