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의 아내가 그에게 이르되 당신이 그래도 자기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느냐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
10 그가 이르되 그대의 말이 한 어리석은 여자의 말 같도다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느냐 하고 이 모든 일에 욥이 입술로 범죄하지 아니하니라 (욥기 2장 9-10)
세계 3대 악처(惡妻)로 소문난 여인이 있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아내(크산티페)와 오스트리아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아내(콘스탄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아내(소피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톨스토이도 아내와 불화로 집을 나와 객사(客死)하였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악처를 만든 것은 남편들의 못난 모습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크산티페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참 못생긴 추남(醜男)이었습니다. 나이도 많았고 경제력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 명의 자녀를 낳아 끝까지 가정을 지킨 귀한 여인이었습니다. 콘스탄체는 문란한 사생활과 낭비벽에 있었던 모차르트 때문에 빈곤하게 살았으면서도 아이를 6명이나 낳았고 모차르트 전기를 집필하기까지 했으니, 그녀도 할 만큼 했다 여겨집니다. 소피아는 악필로 유명했던 톨스토이의 원고를 깔끔하게 정서(淨書)하여 세상에 내보낸 훌륭한 조력자였습니다. 48년 동안 함께 하며 13명의 자녀를 낳았으니 그녀에 대한 오해(誤解)도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가정의 달, 5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습니다. 우리들 가정마다 사랑이 넘치는 가정, 서로를 이해하며 넉넉히 안아주는 포근한 가정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기를 바라는 어떤 사람이 만든 수학 공식입니다. 《 5-3=2, 2+2=4 》【 오해라도 세 번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와 이해가 모이면 사랑이 된다. 】앞에 언급했던 악처에 대한 오해도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욥의 아내는 3대 악처는 아닐지라도, 성경에서는 꽤 유명한 여인으로 등장합니다. 그녀의 외침이 이해할 수 없고 믿음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 다소 과격한 표현이기에 그렇게 오해가 된 듯 보입니다만, 오늘 이 오해를 말씀을 통해 풀어 욥의 아내의 억울함을 해소(解消)해 주고 싶습니다.
‘욕하다, 혹은 저주하다’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바라크(ברך)’라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축복하다, 엎드려 절하다, 찬양하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됩니다. 제사장이 백성들을 축복하며 인사하고, 서로에게 하나님의 복을 구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예컨대“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이렇게 축복하라(민 6:23).”에 나오는‘축복’이 바로 ‘바라크’입니다. 욥기에서는 욥의 고백과 사단이 하나님에게 이야기할 때도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 이제 주의 손을 펴서 그의 모든 소유물을 치소서 그리하시면 틀림없이 주를 향하여 욕하지 않겠나이까(욥 1:11).”라고 말입니다. 각각 ‘찬송하다, 욕하다’라는 상반된 말로 번역했는데요. 사실은 “당신(주님)을 찬양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해석, 번역해도 되는 말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본문을 다시 해석하면, “여보! 당신은 정말 온전한 사람이예요. 이렇게 고통스럽게 있기보다는 이제 하나님을 마지막으로 찬양하고 편히 잠드세요!”라고 욥의 어려움과 아픔을 배려하는 따뜻한 아내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욥의 아내는 남편이 모든 재산을 잃고, 자식들까지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심지어 그의 몸이 심한 질병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구도 알아보기 힘든 악창과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욥을 안고 “여보, 힘들죠?”라고 목이 매어 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욥기의 결론은 이 이름 없는 여인과의 사이에 다시금 열 명의 자녀들을 선물하고 행복하게 살게 되는 아름다운 가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축복’을 ‘저주, 혹은 욕’이라고 번역했을까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사람이 하나님을 축복한다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