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제사장들과 아랫사람들이 예수를 보고 소리 질러 이르되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 하는지라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가 친히 데려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였노라
7 유대인들이 대답하되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 그 법대로 하면 그가 당연히 죽을 것은 그가 자기를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이니이다
8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더욱 두려워하여
9 다시 관정에 들어가서 예수께 말하되 너는 어디로부터냐 하되 예수께서 대답하여 주지 아니하시는지라
10 빌라도가 이르되 내게 말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11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다 하시니라 (요한복음 19장 6-11절)
‘우유부단(優柔不斷)’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물어물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성이 없음’이라는 뜻입니다. 우유부단했던 사람을 빗대어 쓴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단 한 번도 어머니는 “네 마음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그 덕분에 나는 치마를 입을지, 바지를 입을지? 머리를 묶을지 늘어뜨릴지? 짬뽕을 먹을지, 짜장면을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길들여진 탓일까?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을까 말까? 우산을 가져갈까 말까? 결국 놓고 온 우산을 아쉬워하며 되돌아갈지 역으로 뛸지? 집과 전철역 중간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기도 하고, 잘못 한 일을 들킬 때까지 버틸까 먼저 사과를 할까? 떠나려는 사람을 잡을까 놓을까? 힘들게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놓친 하나를 아쉬워하며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 하는 우유부단함을 안고 산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 빌라도는 로마 황제 티베리오가 통치하던 AD 26년 경, 5대 총독으로 임명되어 유대지역을 다스렸습니다. 재임기간은 AD 26-36년으로 약 11년 동안이었습니다. 당시 역사학자였던 필로(Philo)는 그를 평가하기를 가벼운 사람이요, 쉽게 분노하는 사람이라 기록했습니다. 유대인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예루살렘을 세속적이고 쾌락적인 도시로 만들려는 빌라도의 계획에 유대인들이 반대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예루살렘은 거룩한 성(城)이었습니다. 이에 폭동을 일으킨 것처럼 한 차례 소란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빌라도가 뜻을 굽힙니다만,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두 번째는 빌라도가 북쪽의 세겜에서 예루살렘까지 약 40Km의 수로(水路)를 건설하고자 했습니다. 문제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재정을 충당하고자 했습니다. 당연히 유대인들은 용납할 수가 없었고 시위를 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빌라도가 그들을 폭력으로 진압합니다. 이 일을 누가는“빌라도가 어떤 갈릴리 사람들의 피를 그들의 제물에 섞은 일(눅 13:1).”이라고 기록합니다. 유대인들과 빌라도는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당시 대제사장은 로마 총독이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빌라도는 욕심이 많았던 사람이라 뒷돈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지나친 횡포에 유대 지도자들이 로마 황제에게 총독의 무능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예수가 유대 지도자들에 의해 끌려 왔습니다. 그것도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를 가야바에게서 관정으로 끌고 가니 새벽이라 그들은 더럽힘을 받지 아니하고 유월절 잔치를 먹고자 하여 관정에 들어가지 아니하더라(요 18:28).”중요한 사실은 유대 지도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고소한 예수를 “죄 없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죄목이 불분명했습니다. 지금 유대인들은 불법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라도는 오늘, 재판을 거부, 거절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은 아닐까요? 세상과 타협하고 자신의 위치에 연연해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는 분명 예수가 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였다.”라고 거듭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십자가에 못 박으라!”라는 유대인들의 아우성에 동의(同意)하고 예수를 넘겨주었습니다. 결국 빌라도는 역사의 죄인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악역(惡役)이 되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진리 위에 확실히 서라고 말입니다. 우유부단하지 말고, 결단하라고 말입니다. 여호수아의 외침,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5).”엘리야의 외침,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라(왕상 18:21).”
종려주일입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을 바라보십시다. 진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예수를 보십시다. 우리가 갈 길입니다. 불법과 타협하고 거짓과 욕심 때문에 진리에서 벗어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십시다. 우리는 이제 사순절 마지막 한 주일, 고난주간을 보낼 것입니다. 참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우뚝 서서 세상의 유혹 속에 흔들리지 않는 그리스도인이 되십시다. 진리 되셔서 세상의 회유(懷柔)에 침묵하셨던 예수, 그가 우리의 주인 되시고 왕 되신다는 진리를 믿고 의지하십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