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 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29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하니
30 그들이 동네에서 나와 예수께로 오더라
31 그 사이에 제자들이 청하여 이르되 랍비여 잡수소서
32 이르시되 내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느니라
33 제자들이 서로 말하되 누가 잡수실 것을 갖다 드렸는가 하니
34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 (요한복음 4장 28-34절)
과거 이스라엘 여행의 필수품에는 겉옷과 더불어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 있습니다.‘두레박’입니다. 겉옷은 이불 대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재산이었습니다. “만일 너희가 이웃에게서 겉옷을 담보로 잡거든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출 22:25).”마찬가지로 생명과 직결되는 물 공급에 있어서 이스라엘은 우물은 있지만, 두레박은 개인 필수품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청년 예수가 두레박 없이 야곱의 우물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땡볕이 내리쬐는 정오 즈음이었습니다. 기다리던 사람이었을까요? 예수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이네 말을 건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 그것도 유대인이 말을 거니 깜짝 놀랐습니다. 이에 여인은 반문합니다. “사마리아인과 유대인은 상종하지 않는데, 어째서 말을 겁니까? ‘남녀칠세부동석’도 모릅니까? 게다가 두레박 챙기는 것은 상식 아닙니까?”면박을 주지만, 예수님은 따뜻하게‘영생수’되신 자신을 설명합니다. 복음을 전한 것입니다.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시켜주신 겁니다. 저는 이 나라와 민족 가운데 주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끝을 모르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여야(與野)의 정쟁들, 경제적으로는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 부모 잘 만난 이들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찾아오는 괴리감 등 피곤하고 지친 일상에서의 위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님은 언제나 앞서서 일하시는‘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십니다. 오늘도 의도적으로 사마리아를 통과하셨습니다.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요 4:4).”왜요? 이 여인을 만나서 치유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에 있어 우연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된 일들입니다. 삭개오를 만나 치유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서심리학자 이관직 목사의 『성경인물과 심리분석』에 의하면, 이 여인은 ‘관계중독증 환자’였습니다. 누군가에 의존해 살지 않으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외롭고 쓸쓸한 여인 말입니다. 결정도 혼자는 못합니다. 그렇게 사람에게 매달리지만, 정작 사람들과 관계하지 않는 ‘불통(不通)’의 사람이었습니다. 불통은 어김없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먼저 다가와 만나주셨고 대화하며 이 여인의 상처를 보듬어 줍니다. 스스로 문제를 고백하게 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나는 남편이 없나이다(요 4:17).”결론적으로 상처의 치유는 감사와 감격입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예배의 회복으로 귀결되지요. 이 상황에서 나온 말씀이“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24).”입니다. 예배만 회복되면 세상이 변화될까요? 기도만 드리면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나요? 아닙니다. 반드시 따라오는 순종의 삶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여인은 가장 중요한 물동이를 버려두고 뛰어 갑니다.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 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와서 보라 그리스도라(요 4:28-29).”예수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긴 겁니다.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에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기노라(빌 3:8).”사도바울의 고백도 똑같은 원리입니다. 그렇게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외쳤습니다. 지금까지 만남을 거부했던 여인이 세상 사람들과 관계, 곧 소통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수님의 치유는 어김없이 관계의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문둥병자들을 고치신 후에도 제사장에게 확인받고 세상에서 함께살라고 당부하시지 않습니까? 막혔던 담이 허물어지고 지금까지 원수로 지냈던 모든 이들과 평화를 이루며 함께하는 은혜, 이것이 바로 주님이 원하시는 바였습니다. 그렇게 뛰어가는 여인을 바라보며, 예수님은 흐뭇해 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양식을 구해와 예수님께 드릴 때, 예수님은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요 4:34).”라고 말씀하시지요. 우리는 이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먼저 다가와 문 두드리시는 예수님을 모셔 들이십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관계가 회복되고 하나님의 뜻, 곧 용서와 사랑으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세상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표현하고, 이해하며 사랑으로 하나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