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울이 블레셋 사람을 쫓다가 돌아오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여 이르되 보소서 다윗이 엔게디 광야에 있더이다 하니
2 사울이 온 이스라엘에서 택한 사람 삼천 명을 거느리고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찾으러 들염소 바위로 갈새
3 길 가 양의 우리에 이른즉 굴이 있는지라 사울이 뒤를 보러 들어가니라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그 굴 깊은 곳에 있더니
4 다윗의 사람들이 이르되 보소서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원수를 네 손에 넘기리니 네 생각에 좋은 대로 그에게 행하라 하시더니 이것이 그 날이니이다 하니 다윗이 일어나서 사울의 겉옷 자락을 가만히 베니라
5 그리 한 후에 사울의 옷자락 벰으로 말미암아 다윗의 마음이 찔려
6 자기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께서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 하고
7 다윗이 이 말로 자기 사람들을 금하여 사울을 해하지 못하게 하니라 사울이 일어나 굴에서 나가 자기 길을 가니라 (사무엘상 24장 1절-7절)
뉴스에서 보면‘기우제(祈雨祭)’를 지낼 정도의 가뭄, 어떤 신문은 50년 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감이 안됩니다. 기술이 좋아졌고 어디서나 물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옛날에는 어땠을까요? 저 어렷을 적만해도 우물물을 먹었습니다. 물을 길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곳, 이스라엘은 어땠을까요? 이스라엘은 우기(雨期)와 건기(乾期)로 나뉩니다. 약 6개월 동안은 비 한 방울도 오지 않고, 우기라고 하더라도 비가 계속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광야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이스라엘에서 물은 생명과 직결됩니다. 실제로 성경에서 물은 생명이요 주님의 은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물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간의 수고, 곧 우물을 파는 겁니다. 물론 이 또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때 가능한 것이겠지요. 다른 하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샘과 이슬 같은 은혜입니다.
본문의 배경이 되는 장소, 엔게디 광야는 히브리어로 ‘엔’은 ‘샘’을 뜻합니다. 그리고 ‘게디’는 ‘들염소’라는 뜻이 있습니다. 두 단어가 합하여 ‘들염소의 샘’이 됩니다. 실제로 들염소가 많고, 아울러 바위가 많은 그런 광야입니다. 그래서 2절 말씀에 보면, 사울이 다윗을 찾으러‘들염소 바위’로 갔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 광야에도 샘이 있었으니 나그네 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그곳에 나그네 되었던, 아니 도망자 신세로 사울을 피해 피신하고 있던 다윗이 있었습니다. “다윗이 엔게디 요새에 머무니라(삼상 23:29).”다윗의 피난 생활은 꽤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누리고 있던 엔게디 샘에 느닷없이 사울의 군대가 들이닥쳤습니다. 가슴이 철컹하고 내려앉을 상황, 그렇게 숨죽이며 동굴 안쪽으로 숨어 있었던 차에 사울 왕이 뒤를 보러 동굴로 들어왔습니다. “사울이 뒤를 보러 들어가니라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그 굴 깊은 곳에 있더니(3).”다윗의 부하들은 사울 왕을 제거할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들의 조언을 듣지 않습니다.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께서 금하시는 것이니라(6).”물론 세상적으로는 속히 이 고난과 고통을 끝내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다윗은 ‘이 고난도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있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오늘 엔게디 장소가 바로 그랬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피난의 삶을 계속하면서도 때를 따라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며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물이 부족한 이스라엘이었지만, 언제나 마르지 않는 곳이 바로 엔게디, 즉 들염소의 샘이었거든요. 이러한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다윗은 주님만을 의지하며 바라보겠다고 노래합니다.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시 63:1).”
오늘 다윗은 사울을 죽일 절호의 찬스를 그저 포기합니다. 물론 말씀에 의거, 기름부음 받은 자를 칠 수 없음이 그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주님의 은혜를 값없이 누리고 있는 자로서 사울과 같은 불쌍한 영혼도 주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이라고 믿습니다. 온 세상이 가물어 메말라 있습니다. 혹시 우리 마음이 그런 마음인가요? 가정에서의 관계, 교회, 직장, 나라에 이르기까지 온 세상이 메말라 있나요? 성령강림절기입니다. 다윗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주님의 은혜를 나누십시다. 불쌍히 여기십시다. 이스라엘에서 물은 생명이요, 하나님의 은혜라 했습니다. 반대로 물 없는 곳은 은혜 없는 곳입니다. “더러운 귀신이 사람에게서 나갔을 때에 물 없는 곳으로 다니며 쉬기를 구하니(마 12:43).”악한 영들은 은혜 없는 곳에 거합니다. 우리가 거하는 곳마다 생명이 있고, 은혜가 있길 바랍니다.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 주님은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했던 다윗처럼, 우리도 주 하나님을 높이고 주신 은혜를 나누며 베풀 수 있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